Be nice to everyone ;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오늘의 글 자세히보기

할말남않

사랑이 부족한가봐

개빠 2022. 8. 31. 19:53

나는 생선구이가 싫다. 손질하고 굽고 치우는 과정에 비해 맛이 모자라기 때문에 집에서 웬만하면 해 먹지 않는다. 직접 하게 되었을 땐 적어도 하루 이상은 가는 비린내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 인터넷에서 비린내 없애는 팁을 봐도 남아있다. 가끔 아빠가 해달라고 할 때가 있어서 손질과 냉동이 완료된 것을 사두고 그때마다 집게를 이용해 최대한 손에 안 묻게 겨우겨우 굽는다. 근데 굽고 나면 집에 냄새가 나고 가스레인지에 튄 기름도 기분 나빠서 환기시키고 닦다 보면 저녁이 끝나간다. 정말 비효율적인 음식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생선을 곧잘해주신다. 음식을 하는 게 익숙하기 때문에 나만큼 싫어하진 않는데 오늘 생선을 같이 구우면서 나한테 이마트에서 산 거는 손질이 깔끔해서 편하다고 하셨다. 익숙한 여부와 상관없이 귀찮은 건 귀찮은 거였다. 개의치 않고 그냥 해주시는 할머니와 아빠가 해달라고 했을 때 나는 정말 달랐다. 난 사랑이 부족한듯하다. 아빠를 사랑해도 생선을 흔쾌히 구워주는 정도는 아닌듯하다. 비슷한 예로는 과일 깎아주기도 있다.

'할말남않'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처럼 그대를 도는 내가 있는데  (2) 2022.11.15
그럼에도 불구하고  (0) 2022.09.08
내가 들어야 했던 모든 과목들에게  (0) 2022.08.21
적당히 맞춰 살아가  (2) 2022.08.16
오직떵개만을위해서  (3) 202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