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장점 중에 하나는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듣는 거라고 했다. 근데 일단 내 얘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해당될 것 같다.
수강신청 며칠 전에 필수로 들어야 할 과목 n개를 전달 받는다. 그러면 내 시간표에 추가하고, 남은 학점은 졸업을 위해 들어야 하는 필수 전공을 듣는다.
흥미로워 보였던 타전공 과목이나 교양과목을 듣게 되면 피자집 영업에 있어 초밥을 사 오는 것과 같다. 피자집에 도움되지 않고 초밥 나름대로 관리는 해야 하지만 결국엔 사용되지 않아 관리한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게 된다.
어쨌든 그렇게 수강신청에 대비하여 임시 시간표를 만들어보았다.

이게 진짠가? 진짜였다. 보험드는 심정으로 기숙사를 미리 신청했어서 다행이지 입금만 하면 기숙사생이 되기 직전이었다.
근데 저게 임시 시간표지 내가 저 계획대로 완벽히 수강신청을 해낼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설마, 전공뿐인데 실패하겠어?
실패했다.
그것도 두 개나.

심지어 전달받았던 필수 전공이었다.
정말 막막했다. 화요일, 목요일은 수업 하나만 들으러 학교를 가야하며 난 13학점으로 한 학기를 다니는 건가 좌절을 하며 우울했지만 얼마 후에 행복회를 돌렸다. 뭐 그래도 전공필수니깐 교수님에게 얼른 말씀드리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문자를 드렸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실험통계라는 과목은 컴퓨터로 진행하기 때문에 컴퓨터실 인원의 한계로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고, 그렇다고 분반을 추가 개설하기엔 비는 시간이 없다.라는 대답을 받았고, PLC는 기다리라는 답만 받았다.
4학년 전공을 미리 들을까.. 1학년 신설 과목을 들을까.. 고민하면서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좌절하며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고

이러고 있었는데 카톡 알림이 울리길래 휴대폰쪽으로 우당탕탕탕구리 간 다음 젖은 손으로 확인했는데 실험통계 과목이 신설되었다고 얼른 신청하라고 온 연락이길래 시간 언젠지도 확인 못 하고 신청했다.

우주공강이었던 수 78교시에 생성된 것이었다!!!!!!!!!!
세 시간 공백에 이렇게 행복해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될 줄이야..
저거만 엌쾌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존버단이 된 지 2일이 지났을까..
주말 아침부터 유선전화로 전화가 오길래 아오;; 보이스피싱 부지런하네하고 거절하고 꿀잠 자고 그랬는데 계속 오길래 그래 속아준다;하고 받았더니 갑자기 학생 맞냐고했다. 학교에서 온 전화였다ㅠㅠㅠ
필수 학생 대상으로 PLC 과목 인원 증가시켜준다고 단톡을 만들었었는데 나랑 다른 학생만 카톡을 안 봐서 전화한 거라고.... 이때 토요일이었는데;;; 주말에 학교에서 전화 올 생각을 아예 못했던지라 그동안 거절한 게 너무 죄송해서 사죄드리고 성공적으로 수강신청을 완료했다.
알고 보니까 조교님이 토일월 연휴 중 금같은 토요일에 출근을 하신 거였다.................
그저 빛..........

덕분에 금공강이라는 반짝이는 시간표가 생겼다. 기숙사는 등록하지 않았다.
수강신청 때마다 이렇게 매번 킹받아야 하는 사실이 열받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시간표는 없으니 매 학기 수강신청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인원 중 1명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들어야 했던 모든 과목들에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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