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는 너무 광범위하고, 정확히 하자면 나는 나중에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10대, 그리고 그때보다 어렸을 때는 내가 사고를 쳤어도 스스로 해결한 적이 드물었다. 회원가입 할 때 부모님 동의가 필요했던 나이엔 남의 자동차 유리를 깼었는데도 혼나지 않았다. 그땐 잘못을 인지했고 두려웠었는데도 아무 일 없었다. 미성년자였고 법적인 보호자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20대가 좋은 점은 10대때의 불안감이 없어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0대의 불안감이라는 단어에 공감했다. 그땐 학교를 다니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민감했지만 정작 내가 뭘 원하는지,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다 같은 교복, 교실, 수업을 들었으니까.
20대 때엔 공동체 생활에 비교적 자유로워지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다들 개성 있어지고 주관이 뚜렷해진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되고 뭘 하면 특히 더 재미있는지 알게 되면서 새로운 취미도 생긴다.
그런데 이런 생활을 하며 10대의 불안감이 없어졌다면, 지금 20대의 불안감도 30대에 없어질까?
그렇다면 난 나중에 무엇을 하며 지낼지 30대에 알 수 있을까? 지금 이렇게 사는 거 봐서는 30대땐 직업이 있을 것이고 내 집마련은 한참 먼 얘기, 그리고 운 좋으면 할부로 차가 생겼겠지. 그렇게 집-회사를 전전하며 살아갈까? 내가 내 밥벌이하면 인생이 조금은 심플해진다던데, 과연 그럴까? 만약 아니면?
근데 웃긴게 집-회사를 전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갑자기 뭐 다른 거 할 수도 있다. 보장은 없다. 아는 사람도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도 본인 계획으로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이럴 땐 그냥 유튜브에서 강아지 산책영상을 보는 게 더 이득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이런 끝없는 질문 속에서 어떻게 탈출하냐는 것이다. 열심히 향후 계획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요점은 어떻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냐는 것이다. 무엇을 하며 지낼까? 이게 그 궁금증이다.
내가 운 좋게 100살까지 산다면 지금은 1/5을 살았고 곧 사회구성원 중 한 명이 되어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니 앞으로 잘 살아가야한다. 근데 어떻게 잘 살아갈까? 무엇을 하며 잘 살아갈까?
흘러가다 보면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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